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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 개인파산 법정비용 고무줄 기준 논란

글쓴이
전라남도금융복지상담센터
작성일
2016-12-20
조회수
60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 50대 부부가 밀린 연체를 감당하지 못해 금융상담센터 직원이 권유한 대로 지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남의 돈을 떼어먹는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생계가 어려워져 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런데 법원이 부부에게 각기 다른 명령을 내렸다. 남성에게는 30만원, 여성에게는 50만원 예납금을 부과한 것이다. 예납금이 파산 절차에 필요한 비용이란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무슨 기준으로 각기 다른 비용이 청구된 것인이 궁금했다. 그래서 상담센터를 통해 민원을 넣었는데 해당 법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14일 지역 서민금융지역센터 등에 따르면 파산 신청 시 부과하는 예납금이 명확한 기준 없이 책정되고 있어 '고무줄 기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적 상황이 비슷한 채무자들 간에도 예납금이 차등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서민금융센터 관계자는 "비슷한 경제적 상황에 처해있는 채무자이나, 파산 신청에 따르는 법정 비용이 항상 같지는 않다"며 "판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기준으로 비용에 차등을 뒀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법원 판사는 파산 신청을 한 채무자가 숨겨놓은 재산은 없는지 점검하는 일을 변호사(파산 관재인)에게 위임하고 예납금을 부과한다. 예납금은 파산 신청인이 법정 비용으로 내야하는 돈으로, 여기에는 파산 관재인에게 돌아가는 보수와 채권자들에 대한 통지 및 공고비용, 채권자 집회시 인쇄비용 등이 포함된다. 예납금이 많을수록 채무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예납금이 이처럼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부과되는 것을 두고 법원의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파산부 인력이 워낙 적은데다, 임기도 짧아서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예납금을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법관들은 최장 3년, 지방법원의 경우 1~2년을 근무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 파산법원의 판사 임기는 평균 14년이다. 
 
지방법원 관계자는 "지방법원 안에서 파산부는 아주 소소한 부문"이라며 "판사들도 예납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의 판단에 따라 요구하는 액수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법원 간에도 예납금 책정 관행이 달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 금융복지상담센터나 신용회복위원회 등 서민금융센터와의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방법원이 더 많은 예납금을 챙기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 울산, 인천 지방법원은 파산 신청인을 상대로 보통 30만원의 예납금을 부과하고, 수원 지방법원도 30만원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50만원 상당의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통 30만원의 예납금을 부과하지만 취약계층을 상대로 10만~15만원만 받거나 아예 면제해주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지자체 산하 금융복지상담센터와 MOU를 맺어 다른 지방법원보다 파산 절차가 신속하고 저렴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과 부산, 광주, 경기북부 지방법원도 서울중앙지법처럼 장애인과 기초수급대상자를 상대로 법적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지역간 차등이 생기는 것을 없애고, 파산 비용을 줄이려면 법원과 금융상담센터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정명 이현욱 변호사는 "법원이 금융상담센터의 조사를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소통 채널이 활성화되야 한다"며 "법원이 혼자 채무자의 재산조사를 떠맡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는 3월부터 서울중앙지법을 시작으로 파산과 구조조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생전문법원'이 출범하면 예납금 책정 문제가 해결되고, 판사의 전문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가정법원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회생전문법원도 서울 이외 지역에 들어서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